2019년에 개봉한 인도 영화 블라인드 멜로디는 13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블랙코미디 영화입니다. 공식적으로 장르는 범죄, 스릴러라고 표시되어 있긴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를 스릴러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거의 5분마다 한 번씩 반전이 생겨나서 반전을 예상할 틈을 주지 않고 관객들을 공격하기 때문에 139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 흥미진진한 영화입니다.
1. 줄거리
이 영화의 주인공 '아카쉬'는 시각장애인인 척 하며 살아가는 예술가입니다. 피아노를 잘 치기 위해 연구를 하던 중 눈을 감으면 다른 감각들이 더욱 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후 그는 이러한 행세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여자 주인공 '소피'의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 것이 계기가 되어 아카쉬는 소피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를 해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아카쉬는 낮에는 소피와 데이트를 즐기고 저녁에는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치며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아카쉬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마음에 든 '프라모드'가 그의 결혼기념일 이벤트로 자신의 집에서 아내 '시미'를 위해 연주를 해달라고 요청하며 보수를 지불합니다. 약속 날이 되어 아카쉬는 프라모드의 집에 도착했고 시미는 당황했지만 이내 집으로 아카쉬를 들여보내고 그의 연주를 듣습니다. 아카쉬는 연주를 하던 중 부엌 쪽에 널브러져 있는 프라모드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당황했지만 시각장애인 행세를 하고 있었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화장실에는 살인범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권총을 들고 숨어있었고 아카쉬는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하며 볼 일을 보고 밖으로 나온 후 연주를 마치고 집에서 나옵니다.
밖으로 나온 아카쉬는 고민하다 경찰에 신고를 하기로 결심하고 경찰서로 가서 살인사건을 목격했다며 경찰에게 털어놓는 순간 안쪽에서 프라모드의 집 화장실에 숨어있었던 그 범인이 나옵니다. 시미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는 경찰서장이었고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아카쉬는 집에 있는 자신의 고양이가 동네 아이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 같다며 말을 돌립니다. 의심이 된 경찰서장은 자신이 고양이를 찾아주겠다고 하면서 아카쉬의 집으로 함께 가게 되고 서장은 아카쉬가 정말 시각장애인이 맞는지 몇 번 시험을 하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위기를 모면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라모드의 시체가 발견되고 장례식이 치뤄집니다. 아카쉬는 장례식에서 피아노 연주를 맡게 되어 장례식에 참석하는데 이때 프라모드의 앞집 할머니가 프라모드의 집으로 총 3명의 남자가 들어갔던 것을 목격한 내용을 경찰에게 알립니다. 이를 듣게 된 시미는 어느 날 앞집 할머니를 난간에서 밀어서 살인을 저지르는데 그 장면을 아카쉬가 또다시 목격하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와 고민하던 아카쉬는 소피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하고 소피에게 집으로 오라고 연락합니다. 하지만 집에 찾아온 것은 소피가 아닌 시미였고 아카쉬가 진짜 시각장애인이 맞는지를 확인하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다가 결국 거짓 행세였음이 드러나는데 아카쉬는 함정에 빠져 기절하게 됩니다. 그 사이 소피가 아카쉬의 집으로 찾아오는데 시미가 불륜의 현장인 것처럼 꾸며놓은 것을 보고 속아 넘어간 소피는 배신감에 집으로 돌아가버립니다.
정신이 든 아카쉬는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미가 먹인 과자에 눈을 멀게하는 성분이 들어있었고 오열하는 아카쉬를 뒤로한 채 시미는 떠납니다. 아카쉬를 죽이지 않은 것이 불안한 서장은 직접 아카쉬를 죽이기 위해 아카쉬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둘은 한밤중에 추격전을 벌였고 앞이 보이지 않는 아카쉬는 어딘가에 부딪혀 정신을 잃고 서장은 아카쉬를 놓칩니다. 정신이 든 아카쉬는 진료실 안에 있습니다. 곧 의사가 올 테니 진정하고 기다리라는 말에 아카쉬는 안심하지만 이내 이들이 장기밀매업자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벗어나려 안간힘을 씁니다. 살려주면 천만 루피를 줄 수 있다고 시바신에게 맹세한다고 소리칩니다. 이 말을 듣고 장기밀매업자들은 그를 살려주기로 결심합니다. 깨어난 아카쉬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천만 루피를 위한 계획을 짭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시미를 납치해 데려온 후 서장을 유인합니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흘러가나 했으나 마지막에 장기밀매업자들은 아카쉬를 배신하는데 시미를 구하러 온 서장에 의해 일행 중 한 명과 서장은 죽게 됩니다. 의자에 묶인 아카쉬와 시미는 빠져나가기 위해 협력하는 듯하더니 시미는 또다시 아카쉬를 배신하고 그 사이 일행 중 한 명이 아카쉬를 도와 시미를 포박하는 데 성공합니다. 둘은 시미를 차 트렁크에 실은 후 시미의 장기를 팔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2. 결말
2년의 시간이 흘러 소피는 유럽의 어딘가에서 길을 걷다가 아카쉬 사진이 있는 연주회 포스터를 보게 되어 그곳으로 향합니다. 아카쉬는 여전히 시각장애인의 모습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둘은 카페에서 얘기를 나눕니다. 아카쉬는 2년전 있었던 일을 소피에게 얘기하며 다시 영상은 2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아카쉬와 박사(장기밀매업자)는 달리는 차안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박사는 아카쉬에게 시미의 간을 팔고 백만불을 줄 테니 시력을 되찾으라 얘기하는데 아카쉬는 시미를 죽이지 말자고 합니다. 그 순간 트렁크에서 시미가 탈출을 시도하는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박사는 상황을 살피러 차에서 내려 트렁크로 향했고 얼마 시간이 지나 다시 차를 탄 것은 박사가 아니라 시미였습니다. 차는 다시 출발하고 아카쉬는 옆에 있는 사람이 박사라고 생각해서 시미를 죽이지 말자는 내용의 말을 이어갑니다. 박사가 대답이 없자 아카쉬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을 테니 자신을 여기서 내려주고 각자의 길을 가자고 얘기합니다. 자신을 살려주라는 말에 감정이 요동친 듯 한 시미는 아카쉬를 차에서 내려줍니다. 아카쉬를 내려주고 길을 가던 시미는 불안했는지 다시 차를 돌려 아카쉬에게 돌진합니다. 그 순간 도망가던 토끼가 차에 치이면서 아카쉬는 사고를 면하게 됩니다.
다시 아카쉬와 소피가 대화하는 카페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소피는 아카쉬에게 이야기를 들은 후 시미의 눈을 받았어야 했다고 얘기합니다. 아카쉬는 아무말 하지 않고 둘은 헤어집니다. 소피와 헤어지고 혼자 걸어가던 아카쉬는 바로 앞에 떨어져 있던 캔을 지팡이로 쳐내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3. 결말에 숨겨진 해석
이 영화는 관객들이 아카쉬와 소피가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영화의 엔딩을 무방비 상태로 즐기고 있는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맨 마지막에 아카쉬가 캔을 지팡이로 쳐내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번 뒤통수를 따악 때리며 끝을 냅니다.
결국 아카쉬의 회상씬 역시 거짓임을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회상씬이 거짓이라는데에는 몇 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먼저 2년전 사고가 있을 당시 아카쉬는 정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진술할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단서입니다.
또 다른 단서로는 카페에서 종업원이 아카쉬가 두고 나온 그의 지팡이를 가지고 와서 그의 것이 맞는지 물어보는데 그는 바로 맞다고 대답합니다. 아카쉬가 정말 앞이 보이지 않았다면 지팡이 없이 카페 밖으로 나올 수 조차 없었겠지만 종업원의 질문에 무엇인지부터 물어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상을 돌려보면 회상하기 전 시점에 그들이 탄 차가 큰 나무를 지나쳐가고 있지만 아카쉬의 회상씬에서 그들은 그 나무 앞에서 차를 정차합니다.
또 다른 단서로는 박사가 아카쉬에게 했던 말에 있습니다.
" What is Life ? It depends on the liver."
"산다는 게 뭐야? 그건 사람한테 달려있어."
자막은 이렇게 해석하고 있지만 Liver를 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시미의 간을 팔아 새 인생을 살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한 중의적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감상평
영화의 수많은 반전속에 단 한 번도 뒤통수를 피하지 못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이득에만 눈이 멀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소중한 것을 잃거나 죽음뿐이었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카쉬가 시미에 의해 정말로 눈이 멀어버렸을 때 아카쉬가 격렬하게 화를 내며 오열하던 모습입니다. 가짜 시련과 진짜 시련은 하늘과 땅 차이였던 것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볼리우드식 인도 영화는 아닙니다. 마살라 향이 적은 재미있는 인도 영화가 보고 싶으실 때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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