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작 소설 '파친코'의 집필 배경
애플티브이에서 제작한 '파친코'는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민진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7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재미교포입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예일대학을 다닐 적에 한 선교사 강연을 통해 재일교포 중학생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접하고나서부터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약 30년이 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특히 남편이 도쿄의 금융회사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약 4년간 일본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그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 작품을 써 내려갔다고 합니다.
한국계 일본인들의 경험이 다른 나라에 있는 한국인들의 이야기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 식민지 시절과 이후의 시기가 우리의 국가적, 개인적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같은 한국인 '교포'이지만 온도와 결이 사뭇 다른 경험을 가진 재일교포에 대해 알아갈때마다 어떤 감정들이 요동쳤을 것이라 감히 예상해봅니다.
2. 역사적 배경
일제감정기와 해방기를 전후로 일본에 건너가 정착한 한국인을 재일동포, 재일교포라고 부릅니다. 일본 내에서는 줄여서 재일(자이니치)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에서 재일교포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매우 심했고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은 자이니치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했기 때문에 직업 선택이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도 선자와 이삭이 일본에 도착해 요셉의 집으로 가는 장면에서 조선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모여서 살고 있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자이니치가 일본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하려면 세 가지 길이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야쿠자에 가입하는 것,
두 번째는 파친코 업장이나 한국음식점 같은걸 운영하는 자영업을 하는 것,
세 번째는 예체능계로 진출하는 것,
그러고 보니 영화에 이 세 가지 직업이 모두 묘사되고 있습니다.
7화에서 한수의 과거 이야기를 담았는데 그가 야쿠자의 길로 들어설뻔한 장면들이 여러 차례 나오며, 결국 훗날 야쿠자 두목의 데릴사위가 되어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4화에서 선자와 이삭이 탄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서 돌연 춘향가를 부른 한국인 가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파친코는 당대 일본에서 도박 중독으로 사회적인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사회에서 외면하고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는 그 일이라도 해야 먹고 살아갈 수 있었던 억 척스러을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을 떠올려보면 영화 오프닝에 나오는 파친코 기계 앞에서 등장인물들의 춤사위가 너무나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3. 시즌1, 1~8화까지의 줄거리
주인공 '선자'의 어머니인 '양진'의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가난한 집의 딸이었기에 돈을 받고 장애를 가진 '훈'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하숙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며 어렵게 얻은 딸 '선자'를 사랑으로 키워냅니다. 일본 순사가 지나가도 고개 숙이기 싫어할 만큼 당당하게 자란 '선자'는 시장에서 중매상을 하는 '한수'의 눈에 띄어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임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임신 사실을 '한수'에게 알렸지만 그가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충격에 빠졌고 그 와중에 하숙집에 찾아온 목사 '이삭'이 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삭'은 '선자'에게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자고 제안하여 둘은 혼인한 후 일본에 살고 있는 '이삭'의 형인 '요셉'부부의 집에서 함께 살기로 합니다. 일본으로 넘어가고 얼마 후 '한수'의 핏줄인 첫째 '노아'를 낳았고 이어서 둘째 '모자수'를 낳은 것을 에피소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의 삶은 '한수'가 충고했던 것처럼 쉽지 않았지만 '선자'는 용기 있게 맞서며 강인하게 살아갑니다.
훗날 둘째 아들인 '모자수'가 파친코를 운영하는 모습, 그의 아들 '솔로몬'의 이야기 등, 총 4대에 걸친 대 서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 만큼 이 영화는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을 수시로 넘나들며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사람들의 비난속에서도 꿋꿋이 김치를 팔며 날마다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내는 '선자'의 모습을 끝으로 시즌1은 막을 내립니다.
4. 총평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발언이지만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던, 재일교포가 생겨난 시대상에 대해 알게 된 것만으로 의미가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어쩌면 단지 일본인들에게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한국인들에게조차도 위로받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수능시험을 위해 글로만 배운 역사여서 , 오늘을 살아가는 것만으로 내 코가 석자인 바쁜 현대인이어서 라는 등의 못된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소설 파친코 첫 장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지나간 역사를 통해 배운 후에 바뀌면 될 일입니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 '선자'가 되어 마주하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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